Suite | 소설 호텔

나무와 돌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객실입니다.

조명이 대포처럼 빛을 쏟아내자 벽과 바닥은 모서리를 잃었고, 돌과 벽지가 그리는 '경계의 선'은 의심스러운 모서리로 새롭게 만나게 됩니다.

서로가 이어져 있는 이유는 본래 하나였던 것을 파고 덜고 펼쳐서 내부를 만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건물 외벽의 오래된 벽돌이 여러 개의 작은 구멍으로 들어와서 (고래 뱃속처럼) 건물의 뱃속 같은 장소를 이룹니다.

한 벽이 열리자 맞은편의 벽이 깊숙이 들어서는 것 같습니다. 본래 크기를 두 배로 만들어 주는 것은, 거울보다는 그 벽의 검고 흰 빛들인지도 모릅니다.

침실 벽의 (사실 같은) 거짓 벽화는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만들고, 빛이 따라 오르는 기울어진 벽은 벽화로 인해 안과 밖이 전도된 풍경으로 시선을 집중하게 도와줍니다.

바깥에 쓰여야할 나무판이 방안에 깔리고 안에 있어야할 재로가 발코니로 나가 있는 이 모양새는, 역시나 안과 밖에 모두 쓰일법한 거대한 대리석을 가운데 두고 낯설게 만나고 있습니다.

타일은 방과 욕실에 바닥으로 놓이고 벽돌이 발코니와 방을 잇는 벽으로 서는 동안, 흰 면은 천장과 벽을 만들며 벽돌벽을 나누기도 합니다.